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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흉터

스타트업이 빠른 진짜 이유

“스타트업은 좀 불안해요. 구글같은 큰 기업이 저희 사업 분야에 뛰어들면 바로 무너지는 거 아닌가요?”

지난 주 멘토 관계로 지내는 분과 점심 자리에서 한 말입니다.

“얼마 전 구글 클라우드 장애 들었죠?”

“네, 피해가 크더라고요. 근데 그런 장애는 스타트업도 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맞아요. 하지만 그 다음이 다릅니다.”

구글에서 장애가 나면 단순히 문제만 고치지 않습니다. 한 달간 프로덕션이 동결되고, 새로운 정책과 승인 단계가 추가됩니다.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는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조직 전체가 필연적으로 느려집니다.

Basecamp 창업자 제이슨 프리드의 말을 빌리면 이렇습니다.

“정책은 조직의 흉터 조직입니다.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 대한 성문화된 과잉반응이죠.”

흉터는 외부에도 남습니다. 구글이 새 제품을 출시하면 사람들은 ‘Killed by Google’ 리스트를 먼저 떠올립니다. 이 ‘신뢰 부채’는 리셋되지 않으며, 깨끗한 신용은 오직 새로운 회사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입니다.

이것이 본질적인 차이입니다. 스타트업이 실패하면 배우고 넘어갑니다. 하지만 대기업의 실패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평생 남는 흉터가 되거나, 또 다른 실패를 막는 프로세스로 변질됩니다. 조직을 무겁게 만듭니다.

거대 기업들은 자신들이 만든 흉터 조직에 스스로를 감싼 채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동안, 거침없는 경쟁자들은 그들을 지나쳐 달려 나갑니다. 진짜 혁신은 완벽한 안전망이 아닌, 빠른 시행착오 그 자체에서 나옵니다. 혁신이 승부처인 싸움에서 가장 큰 경쟁 우위는 더 많은 자원이 아닙니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을 자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