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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의 무게

과거의 영광만으로는 부족할 때

지난해 동료 몇몇이 L7/L8과 같은 아주 높은 직급으로 승진했습니다. 모두가 선망하는 자리입니다. 그러나 그들을 보며, 그 화려함 뒤에 숨은 책임의 무게를 새삼 실감했습니다.

Senior Staff/Principal 같은 직급에 오르고 나면 모든 것을 이룬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제가 본 현실은 달랐습니다. 그들의 승진은 끝이 아니라 더 가파른 경주의 시작이었습니다. 기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그 압박감은 저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예로 얼마 전 충격적인 소식이 있었습니다. 10년 넘게 한 프로젝트를 이끌며 “개발자의 개발자"로서 존경을 한 몸에 받던 엔지니어가 돌연 은퇴를 선언한 것입니다. 그가 만든 결과물은 지금도 수많은 개발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들려온 사정은 이랬습니다. 프로젝트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자 회사는 그의 직급에 걸맞은 새로운 임팩트를 요구했습니다. 조직의 미래를 걸고, 그의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AI 분야를 맡아 달라는 주문이었습니다. 수십 년 쌓은 업적과 명성도 급변하는 업계의 흐름 앞에서는 더 이상 안전망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도전 대신 조용한 은퇴를 택했습니다.

높은 직급은 단순히 보상이 아니라 ‘지속적인 증명’이라는 무거운 굴레입니다. 성공에는 실력만큼이나 운도 필요한데 매년 행운이 따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물론 평가 제도가 이런 변수를 고려하겠지만 당사자가 느끼는 스트레스는 엄청날 것입니다.

최고 레벨로의 승진은 결승선 통과가 아닙니다. 매년, 매 분기, 자신의 가치를 새롭게 증명해야 하는 끝없는 마라톤의 초대장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경주에서 ‘과거의 영광’이라는 안락의자는 잠깐의 휴식조차 허락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