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승진이 안 될까?
실력보다 환경을 먼저 돌아봐야 할 때가 있습니다
첫 승진으로 가는 길은 다양하지만, 제자리에 맴도는 이유는 대부분 비슷합니다.
신입 시절부터 알게 된 한 개발자와 오랜만에 커피챗을 했습니다. 그는 3년이 넘도록 커리어의 중요한 이정표인 첫 승진을 못 하고 있어 스트레스가 많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실력은 준수한 편인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야말로 불운의 연속이었습니다. 신입으로 투입된 프로젝트는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엎어졌고, 조직 개편을 겪으며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매니저가 네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신입의 첫 승진은 커리어의 자연스러운 이정표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몇 년 동안 그 자리에 갇히기도 합니다. 개인의 역량 문제일 때도 있지만, 매니저의 장기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매니저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려는 건 아닙니다. 간혹 비슷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월등한 실력으로 승진을 쟁취해내는 경우도 여럿 보았습니다. 하지만 매니저의 장기적인 지지는 초반 커리어 성장에 아주 중요한 조건이고, 이 지지의 부재는 여러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매니저가 회사 안팎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날 수도 있고, 조직 개편이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팀과 보고 체계를 뒤섞을 수도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때로는 매니저와 개발자의 성향이 맞지 않기도 합니다.
이런 순환에 갇힌 개발자에게 저는 우선순위를 안정성에 두라고 조언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매니저와 커리어에 대해 지속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을 확보하는 데 힘써야 합니다.
때로는 현재 자리에서 지금의 매니저와 관계를 다져나가는 것이 정답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때에는 새로운 팀이나 심지어 새로운 회사로의 과감한 도약이 가장 좋은 선택지일 수 있습니다. 만약 다른 곳에서 한단계 높은 직급으로 이직에 성공한다면, 문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해결한 셈입니다.
좋은 씨앗도 척박한 땅에서는 열매를 맺기 어렵습니다. 커리어 초반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스스로의 가능성을 탓하기 전에, 내가 뿌리내리고 있는 환경이 어떤지 먼저 돌아보면 좋습니다. 때로는 흙을 탓하고 밭을 옮기는 것이 가장 현명한 농부의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