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개발하는 개발자
가장 신뢰받는 개발자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가
조직에서 가장 큰 신뢰를 받는 개발자들은 과연 어떤 일을 해내는지 늘 궁금했습니다.
구글에 갓 입사했던 신입 시절, 튜링상수상자들이나 유명 오픈소스 메인테이너들과 같은 조직에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설레곤 했습니다. 그때는 막연히 ‘최고의 개발자’란 지금보다 훨씬 더 깊고 복잡한 기술적 난제를 코딩으로 해결하는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던 프로젝트 몇 개가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목격하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한 리더는 여러 팀의 이해관계가 얽혀 방향을 잃은 프로젝트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는 여러 조직에 흩어진 의견을 모으고, ‘이렇게 되면 좋겠다’는 추상적인 바람들을 구체적인 단계와 명확한 마일스톤으로 쪼개 하나의 로드맵으로 만들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막혔는지조차 모르던 저 같은 실무자에게 실행 가능한 지도를 그려준 셈입니다. 그가 한 일은 코딩이 아니라, 조직의 중대한 문제 자체를 정의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또 다른 리더의 경우는 조금 달랐습니다. 소수의 엔지니어들이 시작한 작은 AI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모두가 그 중요성에 공감했지만, 누구도 선뜻 책임지려 하지 않는 ‘좋은 아이디어’일 뿐이었습니다. 이 리더는 아이디어가 사라지지 않도록 보호막이 되어주었습니다. 다른 개발자들이 기술에 집중하는 동안, 그는 뒤에서 예산을 확보하고 경영진을 설득해 이를 팀의 공식 목표로 만들었습니다. 몇몇 개인의 열정으로 끝날 뻔한 일을 조직의 정식 지원을 받는 프로젝트로 만들어냈습니다.
기술적 난제를 푸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조직적 난제를 푸는 것입니다. 복잡한 상황에 명확한 지도를 그려주고, 좋은 아이디어가 자랄 수 있도록 단단한 땅을 만들어주는 일. 조직을 리드하는 개발자들은 이런 일을 하고있었습니다. 비록 튜링상을 받기는 어렵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