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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지옥

나는 개미지옥에 빠져있나?

스타트업에서 구글로의 이직을 앞두고 있던 무렵, 평소 존경하던 시니어 개발자가 내게 뜻밖의 조언을 건넸다. “가지 마. 거긴 개미지옥이야.”

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구글에 입사한 지 어느덧 7년이 흘렀다. 사실 그가 왜 이곳을 ‘개미지옥’이라 불렀는지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많은 대기업이 그렇듯 구글은 정교하게 세분화된 조직이었다. ‘빠르게’만큼 ‘바르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고, 회사는 직원의 성장과 삶의 균형을 살펴주었다. 주말까지 반납하며 몰입하던 스타트업의 뜨거운 열기는 없었지만, 매력적인 과제와 안정적인 보상은 큰 결심 없이는 떠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성장의 척도를 오직 폭발적인 성공에 두었던 그 시니어에게 구글은 일종의 ‘타협’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었다. 스타트업에서 겪었던 ‘맨땅에 헤딩’식 프로젝트보다, 체계적인 시스템 안에서 얻는 경험이 더 값지게 느껴졌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하기에 스타트업의 페이스는 너무 빨랐다. 구글에서 경험한 ‘천천히, 그러나 견고하게’ 움직이는 방식은 당시 내 성장에 꼭 필요했던 페이스였다.

또한 지난 7년은 내가 부모가 되는 인생의 전환점과 맞물려 있었다. 아내와 함께 부모가 되는 경험은 그 무엇보다 강렬한 시간이었다. 나는 회사 밖, 가정에서의 역할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지켜준 동료들의 배려는 진심으로 감사한 부분이다.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을 보며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다. 내가 너무 정체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그 시니어가 말한 개미지옥에 정말 빠져버린 것은 아닌지.

하지만 성장의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믿는다. 나는 지난 7년 동안 나만의 속도로, 내 인생의 단계에 꼭 필요한 성장을 해왔다. 비록 빠른 페이스는 아니었을지라도 내게는 앞으로 굳건히 나아갈 체력과 경험이 있다. 그래서 다가올 내년,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들이 기대된다.